[좋은시] 정호승 -수선화에게

Posted by Bok_bi
2018. 1. 23. 20:16 樂/_詩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좋은시]함민복-선천성 그리움

Posted by Bok_bi
2018. 1. 23. 19:58 樂/_詩

 

 

 

     선천성 그리움

 

 

 

                           함민복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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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유치환-행복

Posted by Bok_bi
2018. 1. 23. 19:55 樂/_詩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애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