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즐거운 편지 -황동규

Posted by Bok_bi
2017. 12. 9. 17:59 樂/_詩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사랑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