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윤동주 - 편지
편지
윤동주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편지
윤동주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1983년 4월 20일, 맑음, 18℃
토큰 5개 550원, 종이컵 커피 150원, 담배 솔 500원, 한국 일보 130원, 자장면 600원, 미스리와 저녁 식사하고 영화 한 편 8,600원, 올림픽 복권 5장 2,500원
표를 주워 주인에게 돌려
준 청과물상 김정권(金正權)(46)
령=얼핏 생각하면 요즘
세상에 조세형(趙世衡)과 같이 그릇된
셨기 때문에 부모님들의 생
활 태도를 일찍부터 익혀 평
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
이다. 이원주(李元株) 군에게 아
임감이 있고 용기가 있으니
공부를 하면 반드시 성공
대도둑은 대포로 쏘라
-안의섭, 두꺼비
(11) 제10610호
▲일화 15만 엔(45만원) ▲5.75캐럿 물방울 다이아 1개(2천만원) ▲남자용 파텍 시계 1개(1천만원) ▲황금 목걸이 5돈쭝 1개(30만 원)▲금장 로렉스 시계 1개(1백만 원)▲5캐럿 에메랄드 반지 1개(5백만 원) ▲비취 나비형 브로치 2개(1천만 원)▲진주 목걸이 꼰 것 1개(3백만 원) ▲라이카엠 5 카메라 1대(1백만 원) ▲청자 도자기 3점(시가(市價) 미상) ▲현금(2백50만 원)
너무 거(巨)하여 귀퉁이가 안 보이는 회(灰)의 왕궁에서 오늘도 송일환 씨는 잘 살고 있다. 생명 하나는 보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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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
이재무
마흔여덟 옭매듭을 끊어버리고
다 떨어진 짚신 끌며
첩첩산중 증각골을 떠나시는규
살아생전 친구 삼던 예수를 따라
돌아오리란 말 한 마디 없이
물 따라 바람 따라 떠나시는규 엄니
가기 전에 서운한 말
한 마디만 들려달라고 아부지는 피울음 쏟고
높은 성적 받아왔으니
보아달라고 철없는 막내는 몸부림치유
보시는규, 모두들 엄니에게 못 갚을 덕을
한꺼번에 풀고 있는 이웃들의 몸둘 바 모르는 몸짓들인데
친정집 빚 떼먹은 죄루다
이십 년 넘게 코빼기도 안 보이던
막내고모도 갚지 못한 가난
지 몸 물어뜯으며 저주하구유
시집오면서 청상과부 울케에게
피눈물로 맡겨놨다던 열 살짜리 막내삼촌도
어른 되어 돌아오셨슈
보시는규, 엄니만 일어나시면
사는 죄루다 못 만난 친척들의
그리움 꽃 활짝 필 흙빛 얼굴들을
보시구서도 내숭떠느라 안 일어나시는규
지축거리며 바람이 불고 캄캄한 진눈깨비 몰려와
마루를 꿍꿍 울리는 동지 초이틀
성성하던 엄니의 기침소리는
아직 살아 문풍지를 흔드는데
다섯 마지기 자갈논 가쟁이 모래밭 다 거둬들이던
그 뜨겁던 맨발 맨손 왜 자꾸 식어가는규
가뭄 탄 잡초 같은 엄니의 입술을 보며
크고 작은 동생들 올망졸망 함께 모여서
지청구 한마디가 듣고 싶은디
왜 시종 말이 없는규
궂은 날 지나 갠 날이 오면
아들 딸네 집 두루 돌아댕기며
손자손녀들 재롱 시중드는 게 소원이라시더니
그 갠날 지척에 놔두시고선
끝끝내 아까워 못 꺼내시던
한복 곱게 차려입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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